[UX]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가치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UX 담당자로서 UX를 설계하는데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야 되는 사용자 가치가 무엇일지에 대해서 늘 고민해왔다. UX 설계 시, 기술이 갖고 있는 기능성 외에 때로는 철학적 가치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휴대폰 제조사의 사례를 비교하며, 두 제조사가 사용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비교하여 살펴본다.

(Translated in Korean: Link)

필자는 UX 업무를 담당하면서 늘 고민해왔던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떤 사용자 가치가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일까? 에 대한 것이었다.

이러한 고민은 늘 필자의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 거리 중 하나인데, 그도 그런 것이 UX 업무를 담당하는 여러 담당자와 이 주제를 가지고 논의를 해봐도 쉽사리 결론이 내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담당자는 이런 사용자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하고, 어떤 담당자는 저런 사용자 가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이유도 다양하지만 '사용자 가치'라는 것이 그만큼 꽤나 주관적인 영역의 주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사용자임과 동시에 UX를 개발하는 담당자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최근에 A사에서 출시한 휴대폰 모델을 보면서 이러한 고민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찾은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필자는 A사든 S사든 특정  제조사의 이해관계에 있어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필자는 이 휴대폰 제조사들의 접근이 참 흥미로웠는데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음을 통해 살펴보자.

아래 그림은 S사와 A사의 휴대전화 단면(측면)을 예시로 나타낸 것이다. 아마도 지금 출시된 주력 모델의 2세대 전 즈음이었을 것이다. S사에서는 디스플레이 유리 가장 자리 부분을 부드럽게 커팅해서 디자인 혁신을 이루었다고 굉장한 호평을 받았던 적이 있다. 기존에는 본체의 일부분을 부드럽게 완곡을 주기는 했었지만 디스플레이(그것도 유리의) 가장 자리를 부드럽게 커팅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즈음 이 디자인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이유인즉  A사에서 출시한 새모델에 이 디자인 형식이 또다시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회자가 되었던 이 디자인이 왜 다시 부각되고, 사용자들은 왜 이것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A사의 이번 사례가 하드웨어 설계와 소프트웨어 설계를 완벽하게 고려하여 일치하도록 한 것에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최적화가 되고, 하드웨어는 하드웨어적으로만 최적화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케이스에 해당된다. 물론 혹자는 A사가 이 두가지(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모두 개발하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이 가능하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들이 가진 역량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 이면에 이러한 것을 고려하게 된 배경에 필자는 좀 더 주목해보고자 한다. (물론 이는 필자의 생각과는 달리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고, A사에서 그걸 의도하지 않았으나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일방적인 찬사가 아니냐고 해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사실이긴 하다...)

우선 하드웨어적인 특징만을 놓고 보면, 왼쪽의 S사의 하드웨어 설계에는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다. 디스플레이 유리 가장자리 부분을 부드럽게 커팅하였지만, 바로 아래 크롬테두리가 둘러쳐져 있어서 디스플레이 가장 자리 부분을 터치하여 슬라이딩 하는 동작을 하다보면 이 크롬테두리가 손끝에 걸리며 커딩된 부분이 부드럽다는 손끝의 느낌을 상쇄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지만 오른쪽 A사의 설계에서는 이 부분(크롬테두리)을 과감하게 제거하여 커팅된 디스플레이외에 손끝에 걸리는 것이 없도록 하였다. 참고로 A사는 이전 모델에서 거의 두세대 이상에 걸쳐 이 부분에 금속테두리를 두는 형태로 오랫동안 하드웨어 설계를 해왔다. 하지만 A사의 이와 같은 결정은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제공하는 '페이지 이전/이후'로 이동하는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페이지 이전/이후 동작은 터치 슬라이딩 동작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디스플레이를 커팅하고, 금속테두리를 제거했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가 A사의 담당자로부터 직접 확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저 부분은 터치 슬라이딩 동작을 경험해본 사용자라면 이들의 결정이 얼마나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지에 대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진정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최적화 하고자 한 A사의 의도가 제품 설계에 반영이 된 것이라면, 이러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고자 한 그들의 노력과 고민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comparing mobile phone body
Comparing mobile phone body

또 한가지 변화가 케이블의 변화인데, 아래 그림의 좌측제품이 S사의 케이블인데, 왼쪽 사진에서처럼 USB 2.0에서 USB 3.0으로 변하였고, A사의 케이블은  우측제품처럼 24pin에서 8pin으로 변하였다. 이것을 단순히 케이블의 크기 변화로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케이블을 변경한 두 제조사의 배경을 생각해보면 이 또한 흥미를 유발하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는 듯 하다.

S사는 USB 3.0으로 케이블을 변경한 이유로 '충전속도가 더 빨라지고 휴대폰으로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더 빨라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아래 블로그에서 이를 실험한 결과를 보더라도 DVD 영화 파일(예: 4.3GB)을 전송하는데, 약 30초의 단축속도를 보인다고 한다. 기존의 USB 2.0 케이블이 2분 40초의 정도 복사 시간이 걸리던 것을 2분 10초 정도로 단축시킨다고 한다. 이 테스트가 공정하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았으나 이외의 블로그 등을 참고해봐도 위에서 제시한 정도의 성능향상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사이트: http://blog.naver.com/revive0106/220167874178)

A사는 8pin으로 케이블을 변경한 이유로 '기존의 케이블보다 간단한 형태가 되었고, 어느방향으로든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한 때 A사의 사례를 가지고 '케이블 변화가 UX에 있어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주제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케이블이 저렇게 설계하면 단점이 있는데, 무엇인지 아느냐는 것이었다. 필자는 기술자는 아니었지만 대략 케이블 핀수가 줄어드니 당연히 데이터를 복사하는 과정에서의 대역폭이 줄어들지 않았겠냐는 답변을 하였다. 질문자는 필자가 그렇게 구체적으로 답을 못할 줄 알았다는 듯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케이블 형태를 간소화함으로써 아날로그 시그널을 더 이상 전송할 수 없어지게 되었다."는 조언을 필자에게 해주며, 이러한 변화가 UX적으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comparing mobile data cable
Comparing mobile data cable

사실 이 일화는 UX 담당자인 필자에게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매우 안타까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이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 이렇게 장황한 설명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UX를 기획하고 설계하는데, 어떠한 사용자 가치가 더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말이다.)

필자는 UX를 기획함에 있어 그 철학을 항상 중시한다. 당신이 기획한 UX/UI가 사용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항상 질문한다. 어떠한 쪽으로든 그것을 기획하는 담당자들은 그들만의 논리를 앞세우지만 실제로 UX에 대한 철학은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논리는 있지만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철학과 가치는 느껴지지 않는 빈 껍데기 UX 인 경우 말이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UX에 대한 고민이 소프트웨어적인 설계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지만 하드웨어 설계에 까지 이어지는 것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필자는 이러한 것을 철학이라 말하고 싶다. 또한 무엇이 사용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가를 안다는 것은 '단순하고 작은 변화지만 그것을 통해 사용자 경험 자체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USB 3.0 케이블과 같이 뛰어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UX를 기획하는데 있어서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로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용자는 뛰어난 기능적 개선을 원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용자는 위에서 이야기한 경험의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다음의 질문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다.

기능적 측면에서의 UX 기획은 그것이 제공하는 가치가 그것을 기대하는 사용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상회하는 것일때, 매력을 느끼지 않겠는가?(당신이 사용자의 입장에서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듀얼코어에서 쿼드코어로 쿼드코어에서 옥타코어로의 변화가 사용자에게 정말 눈에 띌만한 사용자 가치로  측정이 될 수 있는가? 실제로 이와 같은 기능의 변화가 어떠한 작업을 수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10초에서 1초 정도로의 혁신적인 변화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위의 S사의 케이블의 변화는 더 빠른 충전과 더 빠른 데이터 전송을 담보로 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정말로 놀라울 정도의 변화라고 생각하는가? 이와 같은 케이블 설계의 변화가 위에서 제시한 30초의 기능향상이 정말 놀라울만한 변화로 당신은 느껴지는가? 안타깝게도 필자에게는 2분 40초나 2분 10초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물론 필자만의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반면 A사의 케이블 변화는 기능(성능)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능적으로 보면 위의 일화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퇴보를 한 셈이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추구한 사용자 가치는 기능적인 변화를 넘어서 '아무렇게나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S사와 A사가 추구한 사용자 가치의 가장 큰 차이를 "사용자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로 보았다.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은 측정기준이 모호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기에 따라서 그러한 경험은 수치화가 불가능함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우리가 UX를 기획하고 설계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 이러한 것이 아닐까? 또한 이러한 철학을 가지고 사용자이 원하는 가치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답은 언제나처럼 여러분 안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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